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보내는 일은 흔하지만, 세법은 그 이체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전세 보증금을 보태주거나 결혼 자금을 주는 순간부터 증여세 문제가 생기고,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 과정에서 몇 년 전 계좌 흐름까지 되짚는다. 2026년 7월 현재 기준으로 자녀 증여에 적용되는 공제 한도와 세율은 국세청이 안내하는 내용 그대로이며, 정부가 추진해 온 유산취득세 전환안은 국회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아래는 실제 상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여덟 개를 순서대로 풀어낸 것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언제부터 10년을 세는가’, ‘왜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를 하는가’ 같은 감각이다.
성인 자녀에게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가요?
만 19세 이상 자녀는 10년간 5,000만 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는다. 미성년 자녀는 같은 기간 2,000만 원이다. 이 금액은 ‘면제’라기보다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빼주는 공제액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5,000만 원을 받으면 과세표준이 0원이 되어 낼 세금이 없어지는 구조다.
관계별 한도는 국세청이 공개한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참고용으로만 보고, 실제 적용은 과거 10년치 증여 이력을 함께 따져야 한다.
| 증여자 → 수증자 | 10년 합산 공제 한도 |
|---|---|
| 배우자 간 | 6억 원 |
| 직계존속 → 성년 자녀 | 5,000만 원 |
| 직계존속 → 미성년 자녀 | 2,000만 원 |
| 직계비속 → 부모·조부모 | 5,000만 원 |
| 기타 친족(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 1,000만 원 |
|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요건 충족 시 추가) | 1억 원 |
여기서 말하는 10년은 언제부터 세나요?
달력상 10년 단위가 아니라, 이번 증여일로부터 거꾸로 10년을 소급해 계산한다. 2026년 8월에 3,000만 원을 받았다면 2016년 8월 이후 같은 관계에서 받은 금액을 모두 더해 5,000만 원을 넘는지 본다. 부모가 각각 따로 주더라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일인으로 묶여 합산되고, 조부모에게 받은 금액도 직계존속 공제 5,000만 원을 함께 나눠 쓴다.
조부모 증여에는 한 가지가 더 붙는다. 부모를 건너뛴 증여는 산출세액에 30%가 할증되고, 수증자가 미성년자이면서 증여재산가액이 20억 원을 넘으면 할증률이 40%로 올라간다. 세대를 건너뛰면 무조건 유리하다는 말은 이 할증을 빼놓은 이야기다.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1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다던데 맞나요?
맞다.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가 그것이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즉 4년의 기간 안에 직계존속에게 받은 재산은 1억 원까지 추가로 공제된다. 출산은 자녀의 출생일 또는 입양신고일로부터 2년 이내가 기준이다. 기본공제 5,000만 원과 별개이므로 요건을 갖춘 성년 자녀는 합쳐서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혼인과 출산을 각각 1억 원씩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두 항목을 통합해 평생 1억 원 한도다. 결혼할 때 1억 원을 다 썼다면 이후 출산으로 추가 공제를 받을 여지는 없다. 신혼 자금을 설계할 때는 이 공제와 대출 조건을 함께 놓고 비교하는 게 낫다. 금리 차이에 따라 청년 전세자금대출 비교 쪽이 더 유리한 경우도 적지 않다.
낼 세금이 0원인데도 신고를 해야 하나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신고를 권한다. 이유는 자금출처 때문이다. 몇 년 뒤 자녀가 주택을 취득하면 국세청은 취득자금의 출처를 소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신고서와 결정통지서가 있으면 한 줄로 끝난다. 신고 기록이 없으면 통장 이체 내역만으로 증여 시점과 금액을 입증해야 하고, 그 사이 가산세까지 붙는 상황이 생긴다.
신고 기한은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3월 10일에 받았다면 6월 30일까지다. 기한 안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를 신고세액공제로 깎아주고, 홈택스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다.
한도를 넘으면 세금이 얼마나 나오나요?
과세표준 구간별로 10%에서 50%까지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누진공제 1,000만 원), 10억 원 이하 30%(누진공제 6,000만 원), 30억 원 이하 40%(누진공제 1억 6,000만 원), 30억 원 초과 50%(누진공제 4억 6,000만 원)다.
성년 자녀가 3억 원을 받는 경우로 계산해 보자. 3억 원에서 공제 5,000만 원을 빼면 과세표준 2억 5,000만 원이다. 여기에 20%를 곱하면 5,000만 원, 누진공제 1,000만 원을 빼면 산출세액 4,000만 원이다. 기한 내 신고로 3%인 120만 원을 공제받아 최종 3,880만 원을 납부한다. 세액이 1,000만 원을 넘으면 분납, 2,000만 원을 넘으면 연부연납 신청도 가능하다.
그냥 빌려준 걸로 차용증을 쓰면 안 되나요?
가능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상 적정 이자율은 연 4.6%이고, 이보다 낮은 이자로 빌리면 그 차액만큼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무상대출로 인한 이익이 연 1,000만 원 이하면 과세하지 않는데, 4.6%를 역산하면 약 2억 1,700만 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실행이다. 국세청은 차용증만 있고 이자 지급 내역이나 원금 상환 흔적이 없으면 처음부터 차입이 아니었다고 보고 증여세를 매긴다. 부채로 신고한 금액은 사후관리 대상으로 남아 상환 여부를 계속 들여다본다. 차용 구조를 택할 생각이라면 계좌이체로 이자를 정기 지급하고, 자녀에게 상환 능력이 될 만한 소득이 실제로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첫째, 미성년 자녀 명의로 매달 적립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다. 처음 증여 시점에 신고해 두면 이후 운용 수익은 자녀의 것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커지지만, 신고가 없으면 나중에 목돈이 된 금액 전체를 증여로 보는 상황이 생긴다. 자녀 명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가이드를 참고해 계좌를 만들 때도 납입 재원의 출처는 별개 문제로 남는다.
둘째,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낀 부동산을 넘기는 부담부증여다. 채무 부분은 유상 양도로 보아 증여자에게 양도소득세가 나온다. 증여세를 줄였다가 양도세로 더 내는 사례가 실제로 흔하다. 셋째, 증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다.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준 재산(상속인이 아니면 5년)은 상속재산에 다시 더해 계산하므로, 급하게 서두른 증여는 절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
그럼 미리 증여하는 게 항상 유리한가요?
아니다. 자산 규모에 따라 답이 갈린다. 상속에는 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가 있으면 최소 5억 원의 배우자상속공제가 적용되므로 총 자산이 10억 원 안팎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세금상 유리한 구간이 존재한다. 부동산을 증여하면 증여세와 별도로 취득세도 내야 하고, 세율은 통상 3.5%(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별도)이며 일정 요건의 주택은 중과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게 노후 자금이다. 자녀에게 넘긴 돈은 돌려받기 어렵고, 반환하면 그 자체가 다시 증여로 취급될 수 있다. 본인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먼저 확보한 뒤 남는 범위에서 설계하는 순서가 맞다. 세금 전체를 줄이는 관점은 월급쟁이 절세 전략에서 다룬 소득·세액공제 항목과 함께 보면 그림이 잡힌다.
2026년에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없나요?
기획재정부가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개편안을 추진해 왔고, 자녀공제 상향을 담은 개정안도 논의된 바 있다. 다만 2026년 7월 현재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인 내용은 없으며, 자녀공제 5,000만 원과 10~50% 세율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세법 개정은 매년 하반기 세제개편안 발표와 연말 국회 처리 과정을 거치므로, 큰 금액을 옮길 계획이라면 실행 직전에 국세청 안내와 개정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본문 수치는 국세청, 기획재정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시행규칙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신고는 홈택스에서 직접 할 수 있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처럼 평가가 필요한 자산이 섞여 있다면 세무 대리인을 거치는 편이 안전하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금융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