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54세, 제조업체 관리직)가 아버지 통장 거래내역을 세 번 들여다본 날은 지난해 12월 중순이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매달 들어오는 금액이 43만 원대였는데, 이 숫자가 43만 555원 아래인지 위인지에 따라 정 씨의 2월 환급액이 41만 2,500원 갈린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연 단위로 516만 6,666원, 월로 43만 555원. 이 선을 334원만 넘어도 아버지는 부양가족에서 빠진다.
국세청 홈택스도, 연말정산 안내 자료도 “연간 소득금액 100만 원 이하”라고만 적어 둔다. 그 100만 원이 연금 수령액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형제 중 누가 올려야 총액이 커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정 씨가 계산기를 두드려 얻은 숫자들을 그대로 옮긴다.
516만 6,666원, 공적연금만 있을 때의 경계선
부양가족 기본공제는 1인당 150만 원이다. 부모님이 만 70세 이상이면 경로우대 100만 원이 붙어 250만 원이 된다. 2026년 귀속분(2027년 초 신고) 기준으로 직계존속 나이 요건은 196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 경로우대는 195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이다. 정 씨의 아버지는 1953년생이니 나이는 통과다.
걸리는 건 소득이다. 여기서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이 수령액과 소득금액을 같은 말로 읽는 것이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2002년 이후 납입분에 대응하는 부분만 과세 대상이고, 그 과세 대상 금액에서 다시 연금소득공제를 뺀 것이 소득금액이다. 국세청이 적용하는 연금소득공제는 350만 원까지 전액, 350만 원 초과분은 40%를 빼 주는 구조다(700만 원 구간까지). 식으로 정리하면 한 줄이 나온다.
연금소득금액 = 과세대상 연금액 × 0.6 − 210만 원. 이 값이 100만 원 이하여야 하니 과세대상 연금액은 516만 6,666원이 상한이다. 월로 나누면 43만 555원. 정 씨가 통장에서 확인해야 했던 숫자가 이것이다.
| 과세대상 연금액(연) | 연금소득공제 | 연금소득금액 | 기본공제 | 정 씨 세금 효과 |
|---|---|---|---|---|
| 420만 원 | 378만 원 | 42만 원 | 가능 | 41만 2,500원 |
| 480만 원 | 402만 원 | 78만 원 | 가능 | 41만 2,500원 |
| 516만 6,666원 | 416만 6,666원 | 100만 원 | 가능(경계) | 41만 2,500원 |
| 516만 7,000원 | 416만 6,800원 | 100만 200원 | 불가 | 0원 |
| 540만 원 | 426만 원 | 114만 원 | 불가 | 0원 |
| 600만 원 | 450만 원 | 150만 원 | 불가 | 0원 |
세금 효과 41만 2,500원은 정 씨 조건에서 나온 값이다. 총급여 6,200만 원, 각종 공제를 뺀 과세표준 3,800만 원이면 한계세율 15%에 지방소득세 1.5%가 더해져 16.5%. 여기에 공제액 250만 원을 곱한 금액이다. 표에서 보듯 480만 원이든 420만 원이든 효과는 똑같다. 소득공제는 문턱을 넘느냐 마느냐의 문제지 여유분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 반대로 334원을 넘긴 순간 41만 2,500원이 통째로 사라진다. 이만큼 가파른 절벽을 가진 공제 항목도 드물다.
기초연금 수급 조건과 감액 구조를 함께 보는 분이 많은데, 기초연금은 비과세라 이 계산에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국민연금 43만 원에 기초연금 34만 원을 함께 받아 통장에 77만 원이 찍혀도, 부양가족 판정에 쓰이는 숫자는 국민연금 쪽뿐이다. 통장 잔액만 보고 미리 포기해 버리면 그해 공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정 씨와 동생 중 누가 올려야 하나
아버지 한 분을 두 형제가 각각 공제받을 수는 없다. 한 사람만 가능하고, 누가 가져가느냐로 총액이 달라진다. 정 씨는 총급여 6,200만 원, 동생은 3,600만 원이다. 여기에 아버지가 지난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로 쓴 의료비 420만 원이 얹힌다.
인적공제만 보면 세율이 높은 정 씨가 유리하다. 그런데 의료비 세액공제는 방향이 반대다. 총급여의 3%를 넘는 금액만 인정하니 급여가 낮을수록 문턱이 낮고 공제액이 커진다. 두 힘이 서로 다른 쪽으로 당긴다.
| 항목 | 정 씨(총급여 6,200만 원) | 동생(총급여 3,600만 원) |
|---|---|---|
| 한계세율(지방소득세 포함) | 16.5% | 6.6% |
| 인적공제 250만 원 효과 | 41만 2,500원 | 16만 5,000원 |
| 의료비 3% 문턱 | 186만 원 | 108만 원 |
| 의료비 420만 원 공제 효과 | 35만 1,000원 | 46만 8,000원 |
| 합계 | 76만 3,500원 | 63만 3,000원 |
정 씨가 13만 500원 앞선다. 그러면 이 우열은 언제 뒤집히는가. 의료비 문턱 차이에서 오는 이득은 두 사람 총급여 차이에 3%와 15%를 곱해 구한다. 위 사례에서는 2,600만 원 × 0.0045 = 11만 7,000원. 반대로 세율 차이에서 오는 손실은 250만 원 × (16.5% − 6.6%) = 24만 7,500원이다. 전자가 후자를 넘으려면 총급여 차이가 5,500만 원 이상 벌어져야 하는데, 그 정도로 벌어지면 위쪽 형제의 세율 구간이 24%나 35%로 올라가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진다. 계산상 역전이 성립하지 않는 구조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두 줄로 줄어든다. 한계세율 구간이 다르면 높은 쪽이 가져간다. 같은 구간이면 총급여가 낮은 쪽이 가져간다. 의료비 문턱이 낮은 만큼 그쪽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단서가 하나 붙는데, 낮은 쪽의 결정세액이 공제 효과보다 작으면 남는 금액은 버려진다는 점이다. 동생 쪽으로 몰아 63만 3,000원을 만들어 놔도 동생의 결정세액이 45만 원이면 18만 원은 돌려받을 곳이 없다. 세액공제는 이미 낸 세금 한도 안에서만 작동한다.
결제 명의를 나눠 두면 양쪽 다 0원이 된다
정 씨 형제가 처음에 짜 놓은 그림은 이랬다. 인적공제는 세율 높은 형이 받고, 병원 동행이 잦은 동생이 병원비를 결제해 동생이 의료비 공제를 받는다. 이 조합은 작동하지 않는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기본공제대상자를 위해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에만 적용된다. 형이 기본공제를 가져간 순간 아버지는 동생의 기본공제대상자가 아니게 되고, 동생이 결제한 420만 원은 동생 쪽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형 쪽에서도 안 된다. 형이 지출한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46만 8,000원도 35만 1,000원도 아닌 0원으로 끝나는, 형제 부양에서 가장 흔한 사고다. 인적공제를 가져가는 사람의 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한다는 원칙 하나면 피할 수 있다. 의료비 세액공제 3% 문턱 계산도 이 전제 위에서 돌아간다.
형제가 각자 아버지를 올려 버리는 중복공제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홈택스 간소화 서비스는 두 사람이 각각 아버지 자료를 받아 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두 건이 맞물린 사실은 국세청 전산에서 나중에 드러나고, 보통 그다음 해 5~6월에 과다공제 안내문이 날아온다. 이때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자진해서 정정하면 부담이 크게 줄지만, 방치하면 국세기본법에 따라 과소신고가산세 10%(부정행위로 판단되면 40%)에 납부지연가산세가 하루 0.022%, 연 8%대로 붙는다. 2년 뒤에 통지받으면 이자만 16% 넘게 쌓여 있다.
소득금액 100만 원에 조용히 들어오는 것들
국세청은 2025년 초부터 간소화 서비스에서 소득금액 100만 원을 넘는 부양가족의 자료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과다공제를 걸러 주고 있다. 도움이 되는 장치지만 믿고 손을 놓으면 안 된다. 판정에 쓰이는 자료는 이미 확정된 과거 소득이라 시차가 있고, 당해 연도에 갑자기 생긴 소득은 잡히지 않는다. 정 씨가 실제로 걸릴 뻔한 항목들을 적어 둔다.
- 퇴직소득 분리과세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부양가족 판정의 연간 소득금액에는 그대로 들어간다. 아버지가 그해 경비 일을 그만두며 퇴직금 300만 원을 받았다면 그 한 건으로 끝난다.
- 양도소득 시골 땅이나 오래된 주택을 정리한 해가 특히 위험하다. 비과세로 끝났다면 소득금액이 잡히지 않지만, 과세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100만 원은 쉽게 넘는다.
- 사적연금 연금저축과 IRP에서 받는 연금은 연 1,500만 원 이하일 때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판정에서 빠진다. 종합과세를 택했다면 들어온다.
- 기초연금·장애인연금·일용근로소득 판정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쪽은 액수가 커도 기본공제 자격을 건드리지 않는다.
- 사업소득 필요경비를 뺀 뒤가 기준이다. 매출 800만 원짜리 소일거리라도 경비율을 적용한 뒤 소득금액이 100만 원 아래면 통과할 수 있다.
거주 요건도 한 번 짚고 가자. 직계존속은 주민등록이 따로 되어 있어도 주거 형편상 떨어져 사는 것으로 보아 공제가 인정된다. 정 씨 아버지는 지방 단독주택에 혼자 사는데 문제되지 않았다. 반면 형제자매는 실제로 같이 살아야 한다. 이 둘을 헷갈려 동생이나 조카를 별거 상태로 올렸다가 반려되는 사례가 꾸준하다.
기본공제에서 떨어져도 살아남는 항목이 있다
여기서 정 씨가 가장 놀란 대목. 기본공제 탈락의 이유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나머지 공제의 운명이 갈린다. 나이가 모자란 것과 소득이 넘친 것은 결과가 전혀 다르다.
정 씨 어머니는 1968년생이라 나이 요건에 두 해가 모자란다. 기본공제 150만 원은 못 받는다. 그런데 의료비 세액공제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어머니 병원비는 정 씨 쪽에서 공제된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나이 제한이 없어 어머니가 쓴 카드 금액이 정 씨 공제 한도에 합산된다. 교육비와 기부금도 나이는 보지 않는다. 어머니 쪽에서 실제로 살아 있는 항목이 이렇게 네 개다.
반대로 아버지처럼 소득금액 100만 원을 넘겨 탈락한 경우는 의료비만 남는다. 의료비는 나이와 소득 요건을 모두 면제하지만 신용카드·교육비·기부금은 소득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연금 540만 원을 받는다면 아버지 이름으로 긁은 카드값은 정 씨 공제에 한 푼도 보태지지 않는다. 부부 카드 소득공제 배분을 짤 때 부모님 카드를 합산 대상에 넣고 계산해 두었다가 2월에 금액이 어긋나는 일이 여기서 생긴다.
12월과 1월에 끝내야 하는 순서
순서를 바꾸면 손해가 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정 씨가 두 번째 해부터 지킨 차례는 이렇다.
- 12월 초 국민연금공단에서 아버지의 당해 연도 과세대상 연금액을 확인한다. 통장 입금액이 아니라 과세대상 금액이어야 한다. 이 숫자가 516만 6,666원을 넘는지부터 본다.
- 12월 중순 형제끼리 누가 올릴지 정한다. 각자의 예상 과세표준과 총급여를 꺼내 놓고 앞의 두 줄 기준으로 판단한다. 정해진 사람의 카드로 남은 병원비를 결제한다.
- 1월 초 부모님의 간소화 자료제공 동의를 받는다. 만 19세 이상 가족은 본인 동의가 있어야 자료가 넘어온다. 부모님이 공동인증서나 간편인증을 쓰지 못하면 팩스·우편·세무서 방문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1월 중순 이후에는 처리가 밀린다. 이 한 단계를 놓쳐 그해 공제를 통째로 날리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 1월 중순 간소화 자료에서 부모님 항목이 실제로 넘어왔는지 확인한다. 자동 제외에 걸렸다면 어떤 소득 때문인지 되짚어 본다.
- 2월 회사에 제출한다. 자료가 늦었거나 누락했다면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로 정정하면 된다.
연도 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도 물어보는 분이 많다. 사망일 전날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정하므로 그해 연말정산까지는 공제가 인정된다. 장례 직후라 경황이 없어 그냥 빼 버리는 일이 잦은데, 챙기면 250만 원이 살아난다.
정 씨가 자주 받은 질문 둘
부모님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라가 있으면 인적공제도 되나요
별개 제도다. 건강보험 피부양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득과 재산 기준으로 판정하고, 인적공제는 국세청이 소득세법 기준으로 판정한다. 재산 요건이 있는 쪽은 건강보험이고 세법에는 없다. 그래서 아버지가 시가 6억 원짜리 집을 갖고 있어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더라도, 연금소득금액이 100만 원 이하라면 인적공제는 그대로 받는다. 거꾸로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인적공제 자격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작년에 놓친 부모님 공제, 지금 되살릴 수 있나요
된다.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뒤 5년 안에는 경정청구로 돌려받을 수 있다. 홈택스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고 회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요건 판정은 그 연도 기준이라, 당시 부모님의 과세대상 연금액과 다른 소득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형제가 이미 공제받은 해를 가져오려 하면 상대 쪽이 수정신고로 토해내야 하니, 5년 치를 한꺼번에 청구하기 전에 형제와 먼저 맞춰 보는 편이 낫다.
정 씨 아버지의 과세대상 연금액은 결국 486만 원이었다. 연금소득금액 81만 6,000원, 경계선 아래였다. 통장에 찍힌 43만 원만 보고 포기했다면 41만 2,500원은 없던 돈이 됐을 것이다. 확인에 걸리는 시간은 십 분이 넘지 않는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금융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